낚시라는 명상의 시간
나는 낚시라는 것은 명상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소음과 바쁜 걸음에 지쳐갈 때면 나는 자연스럽게 물가를 찾는다. 사람들은 각자 바쁜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 쫓기지만, 나는 붕어 낚시를 핑계 삼아 그 모든 무게를 내려놓는다. 누군가는 낚시를 단순한 여가로만 보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명상이고, 몰입이며, 다시 나를 회복하는 시간이다. 한 손에는 낚싯대, 한 손에는 마음을 들고 물가에 선다. 붕어 낚시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이 '고요한 집중'에 있다. 입질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는 끊임없이 내 숨소리를 듣는다. 가끔은 심장의 박동까지 느껴진다. 찌는 말없이 물 위에 서 있고, 나는 찌를 통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잊는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저 멀리 갈대가 부딪히는 소리, 작은 벌레가 물 위에 남긴 잔물결, 모든 것은 찰나의 파동으로 지나가고, 오직 찌 하나만이 나의 시선을 잡아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기다림은 생각보다 길고, 세상은 끊임없이 내 주의를 뺏어갔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싶은 충동, 의미 없는 생각들,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불안이 가끔씩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몇 번이고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서 서서히 알게 되었다.
고요한 집중의 힘
낚시는 기다림의 예술이 아니라, 집중의 예술이라는 것을.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찌가 흔들리기를 바라지 않는다. 고기가 물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그저 찌를 바라보며 존재한다. 그러자 세상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내 안의 소음도 서서히 사라지고, 물과 바람과 햇살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붕어 낚시는 화려하지 않다. 거센 손맛이나 드라마 같은 순간을 기대하는 낚시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감각을 극도로 민감하게 열어야만 그 작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찌가 아주 천천히,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살짝 끌리는 순간, 그것이야말로 완전한 집중이 만든 결실이다. 그 찰나를 알아차리기 위해 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비운다. 생각을 비우고, 욕심을 비우고, 오직 물의 흐름과 하나가 된다. 그것이 낚시라는 명상의 본질이다. 어느 날은, 저녁노을이 지는 강가에 앉아 하루를 보내던 적이 있었다. 해가 지면서 바람도 차분해지고, 물 위에는 금빛 잔광이 부서졌다. 나는 긴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찌만 바라보았다. 시간의 감각도 사라졌고, 주변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찌와 나, 둘만 남았다. 그렇게 깊이 빠져들어 있을 때, 아주 미세한 입질이 왔다. 찌가 바닥으로 스르륵 가라앉는 그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낚싯대를 들어올렸다. 힘들이지 않고, 긴장하지도 않고. 마치 내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듯했다. 낚아 올린 붕어는 맑고 단단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고요 속에 있을 때 우리는 가장 강해진다는 것을. 집중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억지로 참고 견디는 것도 아니다. 집중은 내려놓음에서 온다. 욕심을 버리고, 결과를 버리고, 스스로를 텅 비워낼 때, 비로소 찌의 작은 떨림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종종 명상이나 수양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붕어 낚시에서 그것을 배웠다. 물 위의 찌를 바라보는 그 시간, 나는 세상과 등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가장 깊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생명과 하나가 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자리에 서 있는 듯한 그런 순간. 나를 잊고, 세상을 잊고, 오직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만해지는 느낌. 그것이 붕어 낚시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붕어를 낚는 것은 부차적이다. 그저 그 고요한 집중의 시간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쌓일수록 나는 일상 속에서도 조금 더 깊고 단단한 나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작은 문제에 흔들리지 않고, 남들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된다. 고요 속에 내린 뿌리는 바람에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붕어 낚시를 한다.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존재의 무게를 스스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조용히 물가로 향한다. 낡은 의자 하나를 펼치고, 낚싯대를 드리운다. 그리고 찌를 세운다.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뜬다. 숨을 고른다. 세상이 멀어진다. 나도 멀어진다. 그리고 물 위에 선 찌 하나, 그것만이 남는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고요한 집중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