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와 인간의 공통점
나는 자주 생각한다. 붕어와 인간은 참 닮았다고. 붕어와 인간은 공통점이 많다. 물가에 앉아 찌를 바라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떠오른다. 아침 안개가 강을 덮고 있을 때, 수면 아래로 어른거리는 붕어들의 움직임을 상상한다. 그들은 어디로 갈까,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서로를 피하고, 때로는 부딪치며 살아갈까.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붕어의 세계가 결코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나도 그들도 결국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누군가를 경계하고, 누군가를 의지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숨기며 고요히 흐름을 따라간다. 어느 여름날이었다. 햇살이 유난히 따갑던 오후, 나는 오래된 저수지로 향했다. 그곳은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특별한 곳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 낚시를 배운 장소였고, 삶에 지쳐 숨이 턱턱 막힐 때마다 찾았던 도피처였다.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낚싯대를 들고 갔다. 낚시터는 한산했다. 강렬한 햇살 아래 붕어들은 어디론가 숨어버린 듯 했다. 바람 한 점 없는 수면 위로 가느다란 찌만이 무심하게 떠 있었다. 몇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입질도 없었다. 땀은 비 오듯 흘렀고, 짜증과 지루함이 번갈아 가며 몰려왔다. 그러나 나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어쩐지 그날은 찌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문득 저수지 건너편 갈대숲을 바라봤다. 바람도 없는데 갈대들이 가만히 흔들렸다.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붕어 한 마리가 조심스레 헤엄치는 걸 봤다. 작은 몸짓이었지만, 물살을 가르며 천천히 이동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주변을 살피고, 조금 움직였다가 다시 멈추고, 또 주변을 살핀다. 그러다 다시 천천히 움직인다. 마치 길을 잃은 여행자처럼, 또 때로는 세상의 위협을 피해 살아남으려는 생존자처럼. 나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간 역시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살아간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눈치를 보고, 상황을 살피고, 작은 틈을 찾아 이동한다.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숨어버리며, 때로는 용기 내어 앞으로 나아간다. 붕어는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살아간다.
자연 속 삶의 방식
그날 저녁, 해가 저물 무렵이었다. 수면 위로 작은 물결이 일었다. 가만히 바라보던 찌가 슬쩍 흔들렸다. 나는 숨을 죽였다. 다시 작은 떨림. 붕어였다. 조심스럽게 미끼를 건드리고 있었다. 그러나 붕어는 한 번에 삼키지 않았다. 경계심이 컸다. 수차례 미끼 주변을 맴돌며 가볍게 툭툭 건드렸다. 그 조심스러운 행동은 마치 우리 인간이 낯선 사람을 대할 때처럼 신중했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쉽게 다가가지 않는다. 붕어는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었다. 작은 찌의 떨림을 통해 나는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결국 붕어는 미끼를 삼켰고, 나는 천천히 챔질했다.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한 느낌. 그것은 단순한 손맛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생명의 저항,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었다. 그 힘을 느끼면서 나는 문득 미안해졌다. 우리 모두 살아남기 위해 이렇게 버티고, 이렇게 발버둥 치며 사는 것이 아닐까. 붕어는 물속에서, 나는 육지에서. 장소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았다. 나는 그 붕어를 잡아 올리고는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은빛 비늘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작은 몸뚱어리에 삶의 모든 무게가 실려 있는 듯했다. 나는 그 붕어를 다시 물속에 돌려보냈다. 그리고 오래도록 그 물결을 바라봤다. 붕어는 힘껏 꼬리를 쳐서 저만치 사라졌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울컥하게 만들었다. 나는 낚시를 하면서 인간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다. 붕어는 어쩌면 인간 삶의 거울이다. 붕어는 경계심이 강하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끊임없이 위험을 감지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숨기며 살아간다. 붕어는 때로는 대범하다. 먹이를 위해 과감히 뛰어들기도 한다. 인간 역시 때로는 꿈을 위해, 사랑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붕어는 물살에 몸을 맡기되, 필요할 때는 흐름을 거스른다. 인간도 세상의 흐름에 순응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삶은 결국 균형이다. 붕어처럼 때로는 흘러가고, 때로는 멈추며, 때로는 숨고, 때로는 나아가야 한다. 붕어는 늘 신중하다. 그리고 그 신중함은 어쩌면 생존을 넘어 삶의 미학이다. 성급한 붕어는 낚시꾼의 미끼에 쉽게 걸린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붕어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서두르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친다. 반면, 신중한 사람은 비록 더디지만 끝내 자기 길을 찾는다. 내가 낚시터에서 배운 것은 단순한 붕어의 습성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법이었다. 붕어는 말이 없다. 그들은 말없이 세상을 살아간다. 수초 사이를 조심조심 지나고, 필요할 때는 강하게 꼬리를 치며 앞으로 나아간다. 인간도 결국 그렇게 살아야 한다. 말보다 행동으로, 욕심보다 절제로, 욕망보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으로. 나는 붕어를 보며 그런 삶을 꿈꾼다. 고요하고 단단한 삶. 필요할 때는 움츠리고, 때로는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는 삶. 붕어는 자연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인간은 때로 자연을 거스른다. 그러나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붕어처럼, 우리도 흐름 속에 있다. 이 거대한 세계라는 물속에서, 때로는 저항하고, 때로는 순응하며 살아간다. 붕어는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인간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붕어를 존경한다. 그 작은 몸뚱이 속에 담긴 치열한 삶의 의지를. 저수지 한가운데서 찌를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붕어와 인간은 결국 같다. 우리는 모두,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작은 존재일 뿐이다. 그것이 바로 자연 속 삶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