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낚시, 특히 민물에서의 장어낚시는 여전히 일부 마니아층에만 익숙한 영역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가 오랜 시간 낚시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 낚시는 생각보다 훨씬 대중적이고 접근 가능한 분야다. 특히 서해안권, 그 중에서도 서산과 태안 일대를 중심으로 한 저수지와 수로는 장어낚시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장어 포인트, 정해진 답은 없다
장어가 서식하는 환경은 일정한 규칙보다는 '다양성'에 가까운 개념이다. 특히 해안가의 저수지나 수로는 수심이 일정하고, 수중 지형도 유사하기 때문에 특정 포인트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 밤이 되면 장어는 먹이활동을 위해 넓은 범위를 활발히 회유하며, 큰 장애물 주변이든 평범한 뻘밭이든 입질 확률은 비슷하다. 다만, 조금 더 굵은 씨알을 노린다면 자갈층이 섞인 뻘밭, 혹은 바위가 드문드문 있는 구간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계곡형 저수지라면 석축 구간과 맨땅의 경계 지점을 노리는 것이 포인트다. 이런 곳은 밑걸림이 적고 입질도 빠르며, 의외로 고기가 모이는 경향이 강하다. 바닷물이 밀려드는 해안가의 수로와 저수지에는 바다와 연결된 수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장어 치어가 유입된다. 수년 간 그곳에서 서식한 장어는 먹잇감이 풍부한 환경 덕에 왕성한 성장세를 보이며, 때로는 1kg, 심지어 3kg을 넘는 대물급도 확인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정치망이나 어부들의 주낙에도 꾸준히 대형급 장어가 걸려들고 있으며, 낚시인에게도 이곳은 빼놓을 수 없는 핫스팟이 된다.
장비와 채비는 간단하되 확실하게
장어낚시에서 장비는 과하지도, 빈약하지도 않게 구성하는 것이 좋다. 나는 2m 내외의 단단한 릴대를 사용하며, PE라인 3호를 기본으로 한다. 장어는 히트 이후 수초나 장애물에 몸을 감는 특성이 있어 강제로 끌어낼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 나일론 원줄을 쓴다면 6호 이상이 안전하며, 릴은 4000번대가 적당하다. 채비는 단순하지만 중요하다. 구멍봉돌 10~12호를 원줄에 끼운 후 도래와 목줄, 바늘로 이어지는 구조가 기본이다. 목줄은 원줄보다 굵은 8~9호, 길이는 15cm 내외로 조절한다. 장어는 미꾸라지를 미끼로 사용할 때 미끼가 회전하거나 채비가 꼬이는 일이 잦기 때문에, 목줄 길이가 중요하다. 바늘은 깔따구바늘 14~16호 또는 감성돔바늘 5~7호를 사용한다.
릴낚시 vs. 민장대? 답은 명확하다
민장대를 사용하는 장어낚시는 현실적으로 비효율적이다. 장어는 한번 훅셋이 되면 몸을 비틀며 수초나 돌 틈에 몸을 감는데, 이때 부드러운 민장대로는 힘을 제압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철저히 릴낚시 위주로 운영한다. 중요한 것은 챔질 타이밍이다. 장어는 입질이 약고 예민하다. 초릿대를 툭툭 치며 탐색하는 입질은 그대로 놔두고, 초릿대가 완전히 숙여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강하게 챔질하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다.
미끼 선택의 중요성
미끼는 장어낚시에서 절대적인 변수다. 서산과 태안 지역에서는 청지렁이의 사용빈도가 낮다. 염분 농도 때문인지 물속에 들어가면 쉽게 흐물해지고, 잔챙이들에게 쉽게 뜯겨나가 낚시에 집중하기 어렵다. 가장 효과적인 미끼는 미꾸라지다. 생존력이 높아 오래도록 살아있으며, 시각적 유인 효과도 우수하고, 잡어 입질에도 강한 편이다.
미꾸라지는 머리 쪽 등지느러미 아래에 바늘을 꿰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며, 이 방식은 미꾸라지의 움직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유지시켜준다. 그 외에도 청갯지렁이, 참붕어, 민물새우, 일반 지렁이도 대체 미끼로 활용 가능하다.
최고 시즌과 시간대 분석
장어낚시는 4월부터 10월까지 가능하지만, 최고의 시즌은 단연코 장마철을 전후한 6월에서 8월이다. 이 시기에는 기온과 수온이 안정적이고, 장어의 활성이 극대화된다. 특히 비가 온 뒤 수온이 올라갔을 때, 물빛이 어느 정도 맑아졌을 때의 조과가 탁월하다. 하루 중 장어 입질이 활발한 시간대는 일몰 직후 2시간 이내, 그리고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밤 9시에서 10시 사이 입질이 집중되며, 이후 새벽 무렵 한 번 더 피크타임을 형성한다. 반대로 초저녁에 입질이 없다면, 밤새도록 조용할 가능성이 높아 일찍 철수하는 것도 전략이다.
수문이 막힌 저수지에도 장어가 존재하는 이유
흔히 “물길이 막혀있는 저수지에 어떻게 장어가 사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에 대한 해답은 ‘소상’이다. 장어는 치어 시절 바닷물의 흐름을 타고 강과 수로, 저수지로 유입되며, 수문 주변의 틈을 통해 쉽게 진입한다. 예전에는 수문이 허술하고 제방이 낮아 홍수 시 장어 치어들이 저수지로 유입되던 일이 많았고, 현재도 일부 지역에서는 그 현상이 이어진다. 또 일부는 관공서나 어업조합에서 방류한 장어가 성장한 경우도 많다. 장어낚시는 묵직한 손맛과 긴장감 넘치는 챔질 타이밍, 그리고 계절에 따른 다양한 변수 덕분에 단순한 원투낚시 이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제대로 알고 접근할 때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낚시다. 여름밤, 갯내음 머금은 해안가 저수지에서의 장어낚시. 그 낭만과 손맛을 꼭 한번 경험해보길 바란다.